며칠 전 냉장고에서 콜라 한 캔을 꺼내 마시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대체 누가 왜 만든 걸까.
찾아보니 생각보다 훨씬 파란만장한 역사가 있었다. 지금은 치킨이랑 같이 먹는 "즐거운 음료"로 통하지만,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땐 완전히 다른 존재였다는 걸 알고 나서 좀 놀랐다. 하나씩 풀어보려고 한다.
1. 시작은 두통약이었다
1886년, 존 펨버턴이라는 약사가 만들었을 때 코카콜라는 탄산음료가 아니었다. 약국에서 팔던 강장제였다. 두통이랑 피로를 없애준다는 게 원래 컨셉이었다.
실제로 코카 잎 추출물(코카인 성분)이랑 콜라나무 열매(카페인)가 들어가서, 마시면 정신이 번쩍 드는 각성제에 가까웠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콜라 하면 "기분 좋을 때 마시는 것"을 먼저 떠올리는 걸 생각하면, 이미지가 완전히 뒤집힌 셈이다.
2. 정작 발명가는 돈을 못 벌었다
이 부분이 좀 씁쓸했다. 코카콜라를 만든 펨버턴은 죽기 직전까지 재정난에 시달렸고, 결국 회사 지분을 헐값에 넘겨야 했다.
그걸 사들인 사람이 아사 캔들러다. 코카콜라를 지금의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건 정작 발명가가 아니라 이 사람이었다. 만든 사람은 가난하게 세상을 떠나고, 산 사람이 대박을 쳤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
3. 그 갈색은 원래 색이 아니다
콜라 하면 딱 떠오르는 그 진한 갈색, 사실 콜라나무 추출물 본래 색이 아니다. 카라멜 색소를 넣어서 만든 색이라고 한다.
원래는 투명에 가까운 연한 색이었는데,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지금 색을 입혔다는 거다. 우리가 당연하게 "콜라 색"이라고 부르는 그 색조차 처음부터 계산된 디자인이었던 셈이다.
4. 코카인은 뺐는데, 코카 잎은 아직도 들어간다
1903년에 코카인 성분은 공식적으로 뺐다. 그런데 놀랍게도 코카 잎 자체는 지금도 들어간다.
향미 성분만 추출한 형태로, 미국 정부 허가를 받은 스테판 컴퍼니라는 단일 회사를 통해서만 공식 수입되고 있다고 한다. 코카인은 없지만 코카 잎은 있다는 게 이 부분의 반전이다. 100년 넘게 이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5. "비밀 레시피"는 사실 마케팅에 가깝다
애틀랜타 은행 금고에 코카콜라 비밀 레시피가 보관돼 있다는 전설,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근데 이게 진짜 보안 조치라기보다는 마케팅 스토리텔링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2011년에 한 라디오 방송국이 "진짜 원본 레시피를 찾았다"고 발표했을 때도, 코카콜라 측은 부인도 인정도 안 하고 애매하게 넘어갔다고 한다. 진실이 뭐든, 이 신비주의 하나로 100년 넘게 브랜드 매력을 유지해온 걸 보면 그것대로 대단하다.
6. 콜라를 세계 음료로 만든 건 전쟁이었다
2차 세계대전 때 코카콜라는 이런 정책을 세웠다. "미군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5센트에 콜라를 공급한다."
전쟁터마다 병 공장을 세우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코카콜라를 전 세계로 퍼뜨리는 계기가 됐다. 참고로 이때 독일 지사는 미국 본사에서 원료를 못 받게 되자 있는 재료로 새로운 음료를 만들어야 했는데, 그렇게 나온 게 환타다. 전쟁이 만든 또 다른 반전이랄까.
7. 회사 역사상 최악의 실패, 뉴 코크
1985년, 펩시한테 시장 점유율을 뺏기던 코카콜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레시피를 바꾼 "뉴 코크"를 전면 출시한 거다.
결과는 대참사였다. 소비자 반발이 너무 거세서 출시 79일 만에 기존 레시피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지금까지도 마케팅 역사상 최악의 실패 사례로 꼽히는데, 뒤집어 보면 그만큼 사람들이 그 맛에, 그 브랜드에 애착을 갖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8. 산타클로스 옷, 진짜 코카콜라가 만들었을까
"산타클로스 빨간 옷이 코카콜라 광고 때문에 생겼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근데 정확히 말하면 코카콜라가 완전히 처음 만든 건 아니다. 빨간 옷 입은 산타 이미지는 그전에도 있었고, 코카콜라는 1930년대 광고를 통해 그 이미지를 널리 퍼뜨리고 고정시킨 쪽에 가깝다. 완전한 창조는 아니어도, 브랜드 하나가 전 세계 사람들 머릿속 이미지를 이 정도로 굳혀놨다는 게 새삼 놀랍다.
두통약으로 시작해서, 발명가의 몰락, 전쟁 속 확장, 최악의 실패, 거기다 산타클로스까지. 콜라 한 캔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을 줄은 몰랐다.
우리가 매일 먹는 것들, 파보면 다 이런 사연이 있는 것 같다. 다음에도 이런 이야기 하나씩 풀어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