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의 현상금에서 시작된 통조림, 그런데 따개가 없었다고?

얼마 전 야식이 너무 당겨서 찬장에서 참치캔 하나를 꺼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이 작고 단단한 철캔이 없었다면 내 자취 라이프나 요리 생활은 얼마나 퍽퍽했을까?'

요즘은 손가락 하나로 툭 따서 바로 요리해 먹지만, 이 편안한 캔 하나에 사실은 인류의 거대한 전쟁사와 기상천외한 해프닝이 담겨 있다는 걸 아시나요?

오늘 밥상 위에 올릴 주제는 바로 ‘통조림’입니다. 사실 통조림은 미식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정복왕 나폴레옹의 절박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알고 보면 너무나 인간적이고 피식 웃음이 나오면서도 이해가 되는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나폴레옹, 옛 통조림, 현대 캔을 비교한 통조림 역사 썸네일.
통조림의 탄생과 깡통따개의 발명 역사를 보여주는 이미지


1. "군대는 잘 먹어야 전진한다" : 나폴레옹의 고민

18세기 후반, 세계를 호령하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게도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고민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무리 무기가 좋고 군사들 사기가 높아도, 전쟁터에서 먹을 게 없으면 싸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죠.

당시 군량미는 소금에 절이거나 훈제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여행지에서 소금에 바짝 절인 전투식량이나 통조림을 먹어보면 하루도 못 가서 물리기 마련인데, 당시 병사들은 오죽했을까요? 맛도 없거니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상해서 전쟁도 치르기 전에 식중독으로 죽는 군인이 태반이었습니다.

결국 고심하던 나폴레옹은 1795년, 파격적인 현상금을 걸게 됩니다. 전투 식량을 오랫동안 싱싱하게 보관하는 방법을 가져오는 자에게 무려 1만 2천 프랑을 주겠다고 선언한 것이죠.

당시 이 돈은 평생 놀고먹을 수 있는 거금이었습니다. 수많은 요리사와 발명가들이 덤벼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2. 병조림의 탄생과 영국의 '통조림' 스틸

이 어마어마한 상금을 차지한 사람은 프랑스의 셰프 니콜라 아페르였습니다. 그는 와인병에 음식을 밀어 넣고 코르크 마개로 막은 뒤, 끓는 물에 푹 가열하는 방식을 개발했습니다. 이것이 통조림의 조상인 ‘병조림’입니다.

재미있는 건 당시엔 세균의 존재조차 모르던 시절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과학적 이론보다 현장의 경험을 믿고 14년 동안 연구를 밀어붙인 아페르의 집념이 참 대단하다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유리병은 너무 무겁고 전쟁터에서 깨지기 일쑤였어요. 이 허점을 놓치지 않은 프랑스의 숙적인 영국 상인 피터 두란드가 유리 대신 '주석 캔'을 사용하는 특허를 냈고, 이것이 우리가 아는 ‘통조림(Tin Can)’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3. 황당한 전말: 통조림은 만들었는데, 따개가 없다?

제가 이번 주제를 조사하면서 가장 황당하고 안타깝게 생각한 사실이 있는데요.

통조림이 1810년대에 영국군에 보급되기 시작했는데, 따개는 그로부터 무려 50년 뒤인 1850년대 후반에나 발명되었습니다.

‘아니, 통조림을 만들어놓고 따개를 안 만들었다고?’ 싶으시죠?

그 50년 동안 배고픈 병사들은 통조림을 열기 위해 총검으로 찍어 누르고, 총알을 쏘고, 바위에 내리치며 사투를 벌였습니다. 심지어 당시 통조림 겉면에는 "망치와 정을 이용해 상단 테두리를 쳐서 여십시오"라는 황당한 설명서가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이 대목을 읽으니 우리네 어릴 적 기억이 불쑥 튀어나왔습니다. 나이가 조금 있으신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예전에는 햄 통조림에 열쇠 모양의 전용 따개가 달려 나왔잖아요? 그걸 구멍에 콕 끼워서 조심조심 태엽 감듯 돌려가며 땄어야 했습니다. 

조금만 서두르면 철띠가 툭 끊어져 버려서, 손을 다쳐가며 칼이나 드라이버를 가져와 힘들게 낑낑거리며 땄던 그 시절 말입니다. 심지어 철띠가 없이 날카로운 강고리 따개 날로 꾹꾹 눌러가며 따야했던 통조림들도 있었죠.

생각해 보면 19세기 병사들에 비하면 양반이었지만, 우리도 어릴 적엔 통조림 하나 먹으려 참 진땀을 뺐던 셈입니다. 기술은 만들었지만 '이걸 사람이 어떻게 편하게 열지?'라는 가장 기본적인 고민은 50년 동안이나 빠져 있었던 것이죠.

4. 방부제도 없이 수년을 버티는 통조림의 비밀

어릴 적 저는 통조림 유통기한이 몇 년씩 되는 걸 보고 '방부제를 쏟아부었겠지?' 하고 오해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알아보고 나니 방부제가 아니라 완벽한 밀폐와 고온 가열 살균 덕분이더라고요. 미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버리는 지혜였던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가끔 찬장에 오래 묵혀둔 통조림 캔이 팽팽하게 부풀어 올라 있다면 아깝더라도 미련 없이 버리셔야 합니다. 내부에서 미생물이 자라며 가스를 만들어냈다는 위험 신호이기 때문이죠.

5. 밥상 위에서 돌아보는 오늘날의 통조림

망치와 정으로 찍어 누르던 수난의 시대는 1855년 갈고리 모양 따개가 나오고,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지금처럼 손으로 툭 따는 '원터치 캔'으로 진화했습니다.

나폴레옹의 야망에서 시작해 50년 동안 따개도 없이 깡통을 부수어야 했던 병사들의 이야기, 그리고 열쇠 따개를 돌리며 땀 흘리던 우리들의 어릴 적 추억까지.

오늘 저녁 찬장에서 통조림 하나를 꺼내실 때, 손가락 하나로 편하게 캔을 따며 200년 전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옛 추억을 한 토막 떠올려보시면 어떨까요? 이 시대에 태어난 것도 참 감사하다 느껴 집니다. 

손가락 하나로 '툭' 따서 먹는 이 소소한 편리함에 감사하며, 오늘 밤 찬장 속 참치캔 하나로 맛있는 야식 타임을 가져봐야겠습니다. 다음에도 알수록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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