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거트의 역사, 냉장고 없던 시대 사람들은 우유를 어떻게 보관했을까?


냉장고에서 차가운 요거트 하나를 꺼내 먹는 일, 이제 너무 당연한 일상이죠. 과일을 얹기도 하고 견과류나 꿀을 곁들이기도 합니다. 마트만 가도 플레인부터 그릭요거트까지 종류가 정말 다양합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냉장고가 없던 시대엔 우유를 대체 어떻게 보관했을까?

우유는 영양이 풍부한 만큼 잘 상하는 식품입니다. 특히 더운 지역에 살던 사람들에게 갓 짠 우유를 오래 보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이 바로 발효였습니다.

지금이야 건강식품으로 흔히 먹는 요거트지만, 그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단순한 유제품 하나가 아니라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오래된 지혜와 만나게 됩니다.


요거트



[요거트는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요거트를 정확히 누가, 언제 처음 만들었는지는 사실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우유를 발효해 먹는 문화는 아주 오래전부터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 목축이 발달한 여러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가축은 곧 재산이었습니다. 고기도 중요했지만, 계속해서 얻을 수 있는 우유 역시 귀한 식량이었죠.

문제는 보관이었습니다. 아침에 짠 신선한 우유도 시간이 지나고 기온이 올라가면 금방 변하기 시작합니다. 냉장시설 같은 건 당연히 없었으니, 사람들은 우유를 최대한 오래 먹을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우유가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했을 겁니다. 묽던 우유가 걸쭉해지고 신맛이 나기 시작한 거죠.

처음엔 아마 "상했나?" 싶었을 겁니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묘하게 독특한 신맛이 났고, 이 변한 우유를 먹는 방법이 세대를 거치며 조금씩 다듬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요거트의 시작은 거창한 발명이라기보다, 우유를 버리지 않고 먹기 위해 자연의 변화를 그냥 받아들인 생활의 지혜에 더 가까웠던 셈입니다.


[냉장고도 없는데 우유가 요거트로 변한 이유]

요거트가 만들어지는 핵심 원리는 유산균 발효입니다.

우유 속 유당을 유산균이 이용하면서 젖산이 만들어지고, 우유의 산도가 높아집니다. 이 과정에서 우유 단백질의 구조가 변하면서 우리가 아는 그 걸쭉하고 새콤한 요거트 형태가 나타나죠.

물론 옛사람들이 처음부터 이런 원리를 알았을 리는 없습니다. 현미경도 없었고, 유산균이라는 존재 자체를 볼 수도 없었으니까요. 대신 경험으로 터득했을 겁니다.

“우유를 이렇게 두면 맛이 변하더라.”

“조금 남겨뒀다가 새 우유에 넣으면 비슷하게 만들어지더라.”

과학적 설명보다 경험이 먼저였던 셈입니다.

이런 경험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해지면서,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발효유 문화가 만들어졌습니다.


['요거트'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우리가 쓰는 요거트(yogurt)라는 말, 튀르키예어 yoğurt에서 왔다는 걸 아시나요.

이 사실 하나만 봐도 요거트가 어느 날 공장에서 뚝딱 만들어진 현대식 식품이 아니라, 오랜 시간 특정 지역의 생활문화 속에서 자라난 음식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특히 목축생활을 하던 사람들에게 우유는 중요한 식량이었고, 이걸 발효시키는 방법은 단순한 조리법 그 이상이었습니다. 쉽게 상하는 식품을 다른 형태로 바꿔 먹는다는 건,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세계 여러 지역을 살펴보면 우유를 발효시킨 음식들이 조금씩 다른 얼굴로 존재합니다. 흔히 떠올리는 요거트 말고도, 지역과 만드는 방식에 따라 농도와 맛이 제각각인 다양한 발효유가 발전해왔습니다.


[요거트가 유럽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다]

오랫동안 지역의 전통음식이었던 발효유는 시간이 흐르며 과학자들의 관심도 받게 됩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미생물과 발효에 대한 연구가 크게 발전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던 미생물이 음식의 발효와 부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 시기였죠.

요거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냥 '시어진 우유'가 아니라 특정 미생물의 활동으로 만들어지는 음식이라는 게 과학적으로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발견 하나가 요거트의 운명을 바꿔놓았습니다. 집이나 마을 공동체에서 만들어 먹던 전통식품이, 점차 일정한 품질로 생산 가능한 식품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겁니다.


[전통 음식에서 세계적인 식품으로]

20세기 들어 냉장 기술과 식품 제조 기술이 발전하면서 요거트는 더 널리 퍼져나갑니다.

공장에서 일정한 환경을 유지하며 발효시키고, 냉장 상태로 운송까지 가능해지면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요거트를 쉽게 사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지금처럼 달콤한 요거트가 흔했던 건 아닙니다. 전통 요거트는 기본적으로 새콤한 맛이 강하거든요. 이후 더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도록 설탕이나 과일을 넣은 제품들이 등장했고, 요거트는 간식과 디저트 영역까지 자리를 넓혔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다시 플레인이나 그릭요거트처럼 단순한 형태가 인기를 얻고 있죠. 수천 년째 계속 변해온 음식이, 시대에 따라 또 다른 모습으로 선택받고 있는 겁니다.


[그릭요거트는 일반 요거트와 무엇이 다를까?]

요즘 요거트 얘기하면서 빠지지 않는 게 그릭요거트입니다.

쉽게 말하면 발효된 요거트에서 유청을 걸러내 농도를 높인 형태예요. 수분이 줄어드니 일반 요거트보다 훨씬 꾸덕한 식감이 나오는 거죠.

과일이나 그래놀라를 올려 먹기도 하고, 꿀을 살짝 곁들이기도 합니다.

재밌는 건, 이렇게 세련되고 현대적으로 보이는 음식도 결국 우유를 발효시키고 수분을 조절한다는 오래된 보존·가공 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 컵의 요거트에 담긴 오래된 지혜]

요거트의 역사를 알고 나면, 냉장고 속 작은 요거트 한 통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지금 우리는 버튼 하나로 냉장고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우유도 마트에서 언제든 사고, 유통기한까지 확인할 수 있죠.

하지만 오래전 사람들에게 우유 한 그릇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었습니다. 금방 상하는 우유를 어떻게 버리지 않고 먹을 수 있을까, 그 고민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발효라는 현상을 활용했고, 경험으로 방법을 다듬어 다음 세대에 물려줬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이 오랜 시간을 건너 세계인의 식탁까지 올라온 겁니다.

아침마다 무심코 떠먹는 요거트 한 숟가락. 그 안엔 어쩌면 냉장고 없던 시대 사람들이 자연을 관찰하며 찾아낸, 오래된 생활의 지혜가 그대로 남아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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