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꺼내 먹는 일이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아이스크림의 역사를 들여다보다 보면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냉장고가 발명되기 훨씬 전에도 사람들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는 것입니다.
전기도 없고 냉동실도 없던 시대인데 말이죠. 얼음을 만드는 제빙기도 당연히 없었지요.
그렇다면 옛날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한여름에 아이스크림을 만들었을까요?
답을 따라가다 보면 아이스크림 한 그릇에 생각보다 흥미로운 과학과 역사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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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장고가 없던 시대의 아이스크림 제조법 |
냉장고가 없어도 얼음은 구할 수 있었다
냉장고가 없던 시대라고 해서 사람들이 얼음을 사용하지 못했던 것은 아닙니다.
겨울이 추운 지역에서는 강이나 호수가 얼면 두꺼운 얼음을 잘라냈습니다. 그리고 이 얼음을 땅속이나 두꺼운 벽으로 둘러싸인 얼음 저장고에 보관했습니다.
얼음 사이에는 짚이나 톱밥처럼 열이 잘 전달되지 않는 재료를 넣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놀랍게도 겨울에 채취한 얼음 일부를 여름까지 보관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시설이 있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얼음을 저장하는 석빙고가 있었고, 지금도 서울에는 조선 왕실에서 사용했던 동빙고와 서빙고라는 지명이 남아 있습니다.
결국 냉장고가 없던 시대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얼음을 만드는 기술보다 겨울의 추위를 여름까지 보관하는 기술이었던 셈입니다.
얼음만 있다고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얼음을 가져다 놓는다고 우유나 크림이 곧바로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으로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서 옛사람들이 사용한 것이 바로 소금이었습니다.
얼음에 소금을 섞으면 얼음이 녹는 과정에서 주변의 열을 빼앗으면서 온도가 0℃ 아래까지 내려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원리를 이용했습니다.
큰 통에 얼음과 소금을 넣고 그 가운데 작은 금속통을 넣었습니다. 작은 통 안에는 우유나 크림, 설탕 등을 섞은 아이스크림 재료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금속통을 계속 돌리거나 내용물을 저었습니다.
왜 굳이 계속 저었을까요?
그대로 얼려버리면 커다란 얼음 결정이 생겨 딱딱하고 거친 덩어리가 되는데, 얼기 시작한 부분을 계속 긁어내고 섞어주면 얼음 결정이 작아져 훨씬 부드러운 질감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즉 옛날 아이스크림에는 지금의 냉동고와 아이스크림 기계가 하는 일을 대신해줄 얼음과 소금, 그리고 사람의 손이 필요했습니다.
토머스 제퍼슨도 이런 방법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
당시 아이스크림 제조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흥미로운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남긴 아이스크림 레시피입니다.
제퍼슨의 방법은 오늘날의 커스터드 아이스크림과 꽤 비슷합니다.
크림에 달걀노른자와 설탕, 바닐라를 넣어 커스터드처럼 만든 뒤 금속통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금속통 주변을 얼음과 소금으로 채웠습니다.
그 상태에서 금속통을 계속 돌리고, 벽에 얼어붙은 크림을 긁어 다시 섞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충분히 얼면 틀에 담아 다시 얼음 속에서 굳혔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냉동실 대신 ‘얼음+소금’, 전동 아이스크림 기계 대신 ‘사람의 손’을 사용했던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여름에 사용할 얼음을 겨울에 미리 채취해 얼음 저장고에 보관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퍼슨이 여름에 아이스크림 한 접시를 먹기 위한 준비는 사실 그해 겨울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은 아무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여기까지 읽으면 왜 옛날 아이스크림이 귀한 음식이었는지도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아이스크림을 만들려면 우선 겨울에 많은 얼음을 확보해야 했습니다.
그 얼음을 몇 달 동안 보관할 저장시설도 필요했습니다.
여기에 우유나 크림, 설탕 같은 재료가 필요했고, 아이스크림을 얼리는 동안 사람이 직접 통을 돌리고 계속 저어야 했습니다.
특히 설탕은 지금처럼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는 값싼 식재료가 아니었던 시절 입니다.
결국 아이스크림 한 그릇을 만드는 데에는 얼음, 설탕, 저장시설, 노동력이 모두 필요했습니다.
오늘날 편의점에서 쉽게 사 먹는 아이스크림이 과거에는 부유한 사람들의 식탁에서나 볼 수 있었던 특별한 디저트였던 것입니다.
냉장 기술이 아이스크림을 대중의 음식으로 바꿨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손으로 돌릴 수 있는 아이스크림 제조기가 등장하면서 만드는 일이 훨씬 편해졌고, 이후 기계식 냉장 기술이 발전하면서 천연 얼음에만 의존할 필요도 줄어들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대량으로 만들고 보관하고 운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아이스크림 제조법을 편하게 만든 것에 그치지 않고,
과거 일부 계층만 즐길 수 있었던 사치품을 평범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간식으로 바꾸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적인 아이스크림 문화는 결국 냉장과 냉동 기술의 발전과 함께 만들어진 셈입니다.
아이스크림 한 숟갈에 담긴 겨울의 흔적
지금은 냉동실 문만 열면 언제든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백 년 전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른 음식이었습니다.
겨울이면 강과 호수에서 얼음을 잘라 저장해야 했고, 여름까지 녹지 않도록 지켜야 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날에는 얼음에 소금을 섞어 온도를 낮추고, 크림이 부드럽게 얼 때까지 통을 계속 돌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옛날의 아이스크림을 생각하면 재미있는 표현 하나가 떠오릅니다.
아이스크림은 어쩌면 사람들이 ‘겨울의 추위’를 저장해 두었다가 여름에 꺼내 먹었던 음식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먹는 아이스크림 한 숟갈에도 얼음을 저장하던 사람들의 지혜와 소금의 과학, 냉장 기술의 발전이라는 긴 시간이 숨어 있습니다.
다음에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는 한 번쯤 떠올려봐도 좋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몇 분 만에 꺼내 먹는 이 디저트를, 옛사람들은 겨울부터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