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가 한때 ‘독이 든 음식’으로 오해받은 이유는?


 토마토를 보면서 ‘독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샐러드에도 넣고, 파스타 소스에도 쓰고, 케첩과 피자에도 빠지지 않습니다. 건강한 채소를 떠올릴 때 토마토부터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요.

그런데 몇백 년 전 유럽에서는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먹기는커녕 정원에 심어놓고 구경하는 식물로 여기는 사람도 있었고, 토마토를 위험한 식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poison apple’, 독이 든 사과라는 무시무시한 별명까지 따라붙었습니다.

지금은 세계인이 먹는 토마토가 대체 왜 독이 든 음식으로 오해받았을까요?

그 이유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먹는 빨간 토마토 한 알에서도 꽤 흥미로운 세계사가 시작됩니다.


한때 독이 든 음식으로 오해받았던 토마토의 역사
낯선 외래 식물로 의심받던 토마토는 오랜 시간을 거쳐 오늘날 세계인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가 되었습니다.


1. 토마토는 원래 유럽의 음식이 아니었다

토마토 하면 어느 나라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아마 많은 사람이 이탈리아를 생각할 겁니다.

토마토소스 파스타, 마르게리타 피자, 라자냐….

이탈리아 음식에서 토마토를 빼놓기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고대 로마인들은 토마토 맛을 알지 못했습니다.

토마토의 뿌리는 아메리카 대륙에 있습니다.

유럽인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오늘날 멕시코를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는 토마토를 재배해 음식에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유럽에 토마토가 들어온 것은 16세기였습니다.

16세기 스페인이 오늘날 멕시코 지역의 아즈텍 제국을 정복한 뒤, 토마토는 대서양을 건너 유럽에 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너무나 ‘이탈리아다운’ 식재료인 토마토가 사실 고대 로마의 식탁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셈입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토마토의 역사는 꽤 재미있어집니다.

2. 처음 보는 빨간 열매, 먹어도 되는 걸까?

16세기 유럽에 처음 들어온 토마토는 사람들에게 무척 낯선 식물이었습니다.

지금이야 토마토를 보면 자연스럽게 음식부터 떠올리지만, 당시 유럽 사람들에게는 처음 보는 외국의 열매였습니다. 어디에 넣어 먹어야 하는지,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유럽 사람들이 모두 토마토를 무서워했던 것은 아닙니다.

따뜻한 남부 유럽에서는 토마토를 직접 먹어보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겨났습니다. 1544년 이탈리아의 의사이자 식물학자 피에트로 안드레아 마티올리는 토마토를 가지처럼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식물로 기록했습니다.

그는 토마토를 ‘황금 사과’라는 뜻의 ‘pomi d'oro’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이탈리아어로 토마토를 뜻하는 ‘pomodoro’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했습니다.

하지만 북쪽으로 올라가면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토마토를 선뜻 입에 넣기보다는 “예쁘기는 한데, 정말 먹어도 되는 걸까?” 하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곳에서는 토마토를 음식보다 정원을 장식하는 관상용 식물로 키우기도 했습니다.

사실 사람들이 토마토를 의심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토마토와 아주 가까운 식물들 가운데 벨라도나라는 실제로 사람을 중독시킬 수 있는 독초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겉모습도 어딘가 비슷했습니다. 잎과 꽃, 열매가 맺히는 모습 등에 비슷한 특징이 있어, 처음 토마토를 접한 유럽인들에게 토마토는 낯설고 수상한 식물로 보일 만했습니다.

낯선 땅에서 건너온 처음 보는 열매인데, 하필 위험한 독초와 같은 식물과에 속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당시 사람들의 눈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렇게 빨갛고 탐스러운 열매를 정말 먹어도 괜찮을까?”

토마토가 오랫동안 의심을 받게 된 이유를 이해하려면 바로 이 ‘수상한 친척들’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3. 문제는 토마토가 속한 ‘가지과’였다

토마토는 가지과 식물입니다.

가지과에는 우리가 잘 아는 감자와 가지, 고추도 있지만 독성이 강한 식물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벨라도나(deadly nightshade)입니다.

벨라도나의 열매는 먹으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 토마토를 접했던 유럽의 식물학자들에게 토마토는 이런 독성 식물들과 어느 정도 닮아 보였습니다.

게다가 토마토의 잎과 줄기에는 실제로 먹기에 적합하지 않은 성분이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빨갛게 익은 토마토 열매와 식물의 잎을 구분해서 생각하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낯선 외래 식물이었습니다.

“저 독초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정말 먹어도 되는 걸까?”

의심이 생길 만했습니다.

1544년 마티올리도 토마토를 가지과 식물로 분류했고, 이런 식물학적 연결은 토마토의 수상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영향을 주었습니다.

4. 한 식물학자의 평가가 토마토의 이미지를 더 나쁘게 만들었다

토마토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했던 인물 가운데 한 명은 영국의 식물학자 존 제라드(John Gerard)였습니다.

그는 1597년 출간한 식물서 『Herball』에서 토마토를 좋게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토마토 식물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고 표현했고, 열매 역시 부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문제는 당시 이런 식물서가 사람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인터넷을 검색해서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비교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었습니다.

권위 있는 식물학자가

“이 식물은 수상하다.”

라고 기록하면 그것은 사실이 되어 오랫동안 안좋은 인식이 생길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제라드의 부정적인 평가는 영국과 훗날 북아메리카 식민지에서 토마토에 대한 불신이 오래 지속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됩니다.

5. 귀족들이 토마토를 먹고 죽었다는 이야기는 사실일까?

토마토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18세기 유럽의 부유층이 토마토를 먹은 뒤 병들거나 죽는 일이 있었고, 사람들이 그 원인을 토마토라고 생각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실제 범인은 접시였다는 설명이 따라붙습니다.

당시 일부 부유층이 사용했던 주석 합금 식기에는 납이 포함돼 있었고, 산성이 강한 토마토가 접시에 닿으면서 납이 음식으로 녹아 나왔다는 것입니다.

결국 사람들은 납중독으로 병들었는데 억울하게 토마토가 범인으로 몰렸다는 이야기지요.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토마토 역사를 다룬 글에서 이 이야기는 자주 등장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 설명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토마토와 식기 접촉만으로 심각한 납중독을 일으킬 만큼 많은 납이 녹아 나왔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입니다.

따라서 “귀족들이 토마토를 먹고 죽은 진짜 범인은 납 접시였다”라고 확정해서 말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토마토에 대한 공포를 설명하는 유명한 설 가운데 하나 정도로 이해하면 적당합니다.

실제로 당시 유럽의 부유층이 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았다는 연구는 있습니다. 납을 사용한 유약이나 각종 생활용품이 원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6. 이미 다른 곳에서는 토마토를 잘 먹고 있었다

여기에서 토마토 역사의 재미있는 모순이 생깁니다.

한쪽에서는

“저거 독 있는 거 아니야?”

하고 의심하고 있었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토마토를 음식으로 잘 먹고 있었습니다.

토마토를 유럽에 전한 아메리카 대륙의 사람들은 유럽인이 오기 전부터 토마토를 식재료로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남부 유럽에서도 토마토를 먹는 문화가 점차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이탈리아 남부에서 토마토는 서서히 중요한 식재료가 되어갔습니다.

 토마토는 어느 날 갑자기 독초에서 안전한 음식으로 바뀐 것은 아닙니다.

지역에 따라 받아들이는 속도가 달랐고,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수백 년에 걸쳐 서서히 인식이 달라졌던 것입니다.

7. 토마토는 이탈리아 음식의 얼굴이 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완전히 뒤집힙니다.

한때 낯선 외래 식물이었던 토마토가 이탈리아 요리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18세기 후반에는 토마토소스가 이탈리아 음식에서 점점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고, 나폴리의 서민 음식과 결합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피자의 역사에도 등장하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꽤 놀라운 변화입니다.

고대 로마에는 토마토 파스타가 없었습니다.

토마토 피자도 없었습니다.

오늘날 세계인이 ‘전형적인 이탈리아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빨간 토마토소스 문화는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이 만난 이후에야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토마토 한 알이 대서양을 건너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이탈리아 음식의 모습도 상당히 달랐을 것입니다.

8. ‘독이 든 사과’는 결국 세계인의 음식이 됐다

토마토가 유럽에 처음 등장했을 때는 낯선 식물이었습니다.

독성이 있는 가지과 식물과 닮았다는 이유로 의심받았고, 영향력 있는 식물학자의 부정적인 평가까지 더해졌습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오랫동안 먹는 음식보다 정원에서 바라보는 식물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조금씩 토마토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토마토소스를 만들었고, 빵과 함께 먹었으며, 다른 식재료와 조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두려움은 익숙함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반대가 됐습니다.

토마토 없는 피자를 상상하기 어렵고, 토마토 없는 파스타소스도 어딘가 허전합니다.

한때 의심받던 낯선 열매가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친숙한 식재료 가운데 하나가 된 것입니다.

토마토 한 알을 다시 바라보면

마트에서 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보면 우리는 별다른 생각 없이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하지만 500년 전 유럽 사람에게 이 열매를 보여줬다면 반응은 전혀 달랐을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는 신기한 외국 식물이라고 바라봤을 것이고,

누군가는 정원에 심었을 것이며,

누군가는 독이 있을까 두려워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미 맛있게 먹고 있었겠지요.

토마토의 역사가 재미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는지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지금 너무나 당연한 음식도 처음부터 당연했던 것은 아닙니다.

오늘 우리가 피자 위에서 아무렇지 않게 먹는 빨간 토마토 한 조각에는 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건너온 여행과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오해, 그리고 사람들의 입맛이 변해온 시간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어쩌면 토마토는 세계사를 바꾼 음식이라기보다,

세계가 만나면서 완전히 새로운 음식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맛있는 증거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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